2026년 여름, 이강인은 파리 생제르맹을 떠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합류했고 등번호 7번을 받았다. 아틀레티코는 이강인과 2031년 6월까지 계약했으며, 그를 공격형 미드필더와 양쪽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그 번호의 직전 주인은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 앙투안 그리즈만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 발표
그래서 질문은 자연스럽다.
이강인은 그리즈만을 대체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대일 대체는 어렵다. 대신 이강인은 그리즈만이 맡았던 역할 가운데 ‘공격을 연결하고 기회를 만드는 부분’을 더 높은 빈도로 수행할 수 있다. 문제는 그리즈만이 남긴 박스 침투와 득점을 누가 나눠 가질 것인가다.
이강인과 그리즈만의 2025-26 리그 90분당 역할 비교
같은 1,500분, 터치의 목적지는 달랐다
리그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우열을 매길 수는 없다. 대신 출전시간이 거의 같은 2025-26 시즌을 놓고, 두 선수가 팀 공격에서 어떤 일을 반복했는지 비교할 수 있다.
2025-26 리그
이강인
그리즈만
출전 / 선발
27 / 18
35 / 13
출전시간
1,519분
1,481분
골
3
7
도움
4
4
기회 창출
56
32
슈팅
37
47
유효슈팅
15
25
전체 터치
1,395
1,055
상대 박스 터치
57
80
패스 성공률
91.2%
82.5%
이강인은 90분당 3.32회의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즈만은 1.94회였다. 전체 터치도 이강인이 82.65회로 그리즈만의 64.11회보다 많았다.
그러나 공이 골문에 가까워질수록 관계가 뒤집혔다. 상대 페널티박스 안 터치는 그리즈만이 90분당 4.86회, 이강인이 3.38회였다. 슈팅은 2.86 대 2.19, 득점은 0.43 대 0.18로 그리즈만이 앞섰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이강인은 공격을 더 자주 연결했고, 그리즈만은 더 자주 공격을 끝냈다.
마지막 270분에서도 같은 차이가 보였다
시즌 누적치만으로는 교체 출전과 출전시간 차이가 섞인다. 그래서 각 선수가 선발로 나와 90분을 소화한 가장 최근 리그 3경기, 정확히 270분씩을 따로 잘랐다.
이강인: 메스전, 앙제전, 로리앙전
그리즈만: 오사수나전, 지로나전, 비야레알전
이강인과 그리즈만의 마지막 풀타임 3경기 터치 비교
마지막 풀타임 3경기 합계
이강인
그리즈만
출전시간
270분
270분
전체 터치
254
178
상대 박스 터치
7
14
기회 창출
10
6
xG+xA
2.49
2.02
골·도움
1골 2도움
0골 2도움
이강인은 공을 254회 만졌고 그리즈만은 178회 만졌다. 이강인이 42.7% 더 많았다. 그런데 상대 박스 안 터치는 그리즈만이 정확히 두 배였다.
전체 터치 가운데 상대 박스 안 터치 비중은 이강인 2.8%, 그리즈만 7.9%다. 이강인이 더 많은 공을 받아 공격의 흐름을 만들었다면, 그리즈만은 적은 접점으로도 더 위험한 공간에 도착했다.
이 차이는 단순한 활동량 차이가 아니다. 두 선수가 공을 받아야 하는 위치와 다음 행동의 목적이 달랐다는 신호다.
이강인이 가져오는 것: 공을 끊기지 않게 만드는 7번
이강인의 마지막 풀타임 3경기 가운데 가장 선명한 장면은 2026년 4월 25일 앙제전이었다. 그는 90분 동안 1골 1도움, 기회 창출 3회, xG 0.53과 xA 0.44를 기록했다.
영상에서 확인할 핵심은 골과 도움 숫자만이 아니다. 이강인은 오른쪽에서 공을 받아 안쪽으로 이동하고, 다시 전진 패스나 슈팅으로 공격을 끝낼 수 있다. 아틀레티코의 공식 발표도 이강인을 중앙과 양 측면에서 뛸 수 있는 선수로 설명했다. 스페인 매체 AS 역시 오른쪽에서 시작해 안으로 들어오는 활용 가능성을 짚었다. AS의 이강인 전술 분석
이 능력은 시메오네에게 중요하다. 낮은 블록을 상대할 때 공을 전진시킬 선수, 측면과 하프스페이스 사이에서 패스 각도를 다시 만들 선수, 마지막 패스를 공급할 선수가 한 명 더 생긴다.
2025-26 리그에서 이강인의 패스 성공률은 91.2%였고 기회 창출은 56회였다. 같은 표본에서 그리즈만보다 공을 더 많이 만지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었다. 공격의 접점을 늘리는 역할이라면 이강인은 충분히 그리즈만의 몫을 이어받을 수 있다.
그리즈만이 남긴 빈칸: 패스 다음에 박스로 들어가는 선수
그리즈만의 가치는 플레이메이킹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025-26 라리가에서 그는 1,481분 동안 7골을 기록했고, 슈팅 47개 가운데 25개를 골문 안으로 보냈다. 출전시간은 이강인보다 38분 적었지만 상대 박스 안 터치는 23회 더 많았다.
역할 재분배 목록 중에서 저는 마지막 항목이 제일 어려워 보입니다. 이강인이 전진한 뒤 생기는 오른쪽 후방을 중원이 메운다고 했는데, 그 커버 자원은 보통 이미 다른 일에 쓰이고 있습니다. 연결과 기회 창출을 살리려면 이강인을 높은 위치에 두어야 하고, 그러면 그 뒷공간 부담은 풀백이나 중원 한 명이 추가로 떠안게 됩니다. 그리즈만이 남긴 박스 침투를 누가 나눌지보다, 이 쪽 정리가 먼저 나와야 나머지 배치가 성립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 항목이 제일 걸렸어요. 그런데 본문 목록을 같이 놓고 보면 반대편 윙어에게 뒷공간 침투와 두 번째 득점 위치를 맡기는 순간, 그쪽 측면도 낮게 내려와 도와주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오른쪽 후방을 메울 사람은 중원 한 명으로 고정되고, 그 선수는 이강인이 만든 흐름의 세컨드 볼까지 같이 담당하게 되죠. 그래서 저는 이 문제가 최전방의 마무리 분담보다 먼저 정리돼야 한다는 말씀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중원 두 명 놓고 이강인을 안쪽으로 당기는 그림은 저도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본문에서 짚은 오른쪽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경로가 줄어들 텐데, 기회 창출 3.32회라는 수치는 측면에서 출발해 각도를 다시 만드는 장면이 많았던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중앙에 고정하면 창출 횟수보다 패스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것 같아서, 저는 시즌 초반 몇 경기 라인업 배치를 보고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쪽으로 당기면 패스 하나가 더 위험해질 거라는 기대는 저도 이해가 되는데, 본문의 마지막 270분 표를 보면 그게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강인은 터치 254회를 가져가면서 박스 안 터치는 7회, 비중으로 2.8%였거든요. 공을 많이 만지는 위치와 위험한 위치가 이미 분리돼 있었다는 뜻이라, 시작점만 중앙으로 옮긴다고 그 비중이 올라갈지는 확신이 안 섭니다. 오히려 앞에서 받아줄 선수가 박스 안에 몇 명 서 있느냐가 더 크게 작용할 것 같아요.
이강인의 90분당 기회 창출 3.32회와 그리즈만의 상대 박스 터치 90분당 4.86회는 같은 공격형 선수라도 출발 위치가 달랐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표본이 다른 리그라는 한계는 있지만, 이강인을 득점까지 혼자 대체하는 선수보다 기회를 만드는 역할로 보는 결론이 설득력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