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가 세비야 원정에서 세 골을 넣었다. 그런데 요즘 이 팀의 성적표에서는 세 골이 평범해 보인다. 직전 라싱전에서는 일곱 골을 넣었다. 엘체와 발렌시아 원정에서는 각각 다섯 골이었다.
공식전 8전 전승, 36골. 리그에서는 7경기 31골이다. 라싱전 대승이 평균을 부풀렸다고 생각해 그 경기를 빼봤다. 그래도 여섯 경기 24골, 경기당 네 골이 남는다.
하피냐가 미친 듯이 넣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그 말만으로는 이 출발이 설명되지 않는다. 음바페보다 공을 덜 만지고 슈팅도 적게 하는 선수가 어떻게 더 많은 골을 넣고 있을까. 바르사는 하피냐에게 어떤 공격을 맡기고 있을까. 이 질문을 따라가면 31골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바르사와 아틀레티코, 베티스의 실점은 일곱 골로 같다. 그런데 바르사는 아틀레티코보다 15골, 베티스보다 22골을 더 넣었다. 수비에서 아무것도 내주지 않는 팀이라기보다, 실점하고도 경기를 뒤집을 득점 여유를 가진 팀에 가깝다.
물론 이 수치만으로 우승을 예고할 수는 없다. 다만 출발점은 분명하다. 지금 바르사와 경쟁 팀의 가장 큰 차이는 골을 막은 횟수보다 넣은 횟수다. 그렇다면 그 많은 골이 어디서 나오는지 봐야 한다.
많이 돌리는 패스가 아니라, 골문까지 가는 패스
평균 점유율은 68.7%. 패스는 일곱 경기에서 4,701번 시도해 4,250번 성공했다. 경기당 약 672번 주고, 607번을 동료에게 전달했다는 뜻이다. 레알보다 한 경기에서 약 139번 더 패스를 시도했다.
바르셀로나·아틀레티코·레알의 점유율과 경기당 패스 시도 비교
점유율은 공급자 집계 평균, 경기당 패스는 누적 시도를 7로 나눈 값이다. 자료: StatMuse, 계산·제작: MOM.
리그 7경기
바르사
레알
아틀레티코
평균 점유율
68.7%
52.6%
57.2%
패스 시도
4,701
3,729
3,978
패스 성공
4,250
3,382
3,495
패스 성공률
90.4%
90.7%
87.9%
슈팅
150
132
119
기대득점(xG)
28.57
18.81
11.99
동일 공급자·동일 경기 수 기준. 성공률은 누적 성공÷시도로 계산했고, xG는 PK를 포함한다. StatMuse 팀 기록
바르사의 패스 성공률은 레알보다 높지 않다. 따라서 ‘패스를 더 정확하게 해서’라는 설명은 부족하다. 더 많은 공을 주고받는 동안 슈팅은 18개 더 만들었고, xG는 9.76 더 쌓았다. 슈팅 하나당 xG는 0.190 대 0.143이다. 더 많이 차는 것뿐 아니라, 평균적으로 더 높은 득점 확률의 슈팅을 만들었다.
상대 박스 안 터치는 303회, 경기당 43.3회다. 박스에 들어갔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돌아온 횟수가 아니라, 실제로 그 안에서 공을 만진 횟수다. 다만 한 공격에서 여러 번 기록될 수 있으므로 찬스 303개와 같은 뜻은 아니다. 박스 안 터치 기록
수비 뒤를 노리는 패스에서도 차이가 보인다. Opta의 세비야전 이전 6경기 집계에서 스루패스 시도는 바르사 45회, 레알 22회였다.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면서도 수비선 사이로 공을 넣으려 했다는 근거다. 단, 라싱전 xG 6.74에는 PK 세 번이 포함돼 있다. 이 공격력을 전부 오픈플레이 전술의 성과로 계산할 수는 없다. Opta 분석
여기까지는 팀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많은 패스가 모두 하피냐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야말이 공을 다루는 동안, 하피냐의 일은 따로 있다
하피냐는 리그 7경기에서 12골을 넣었다. 지난 시즌 22경기에서 넣은 13골에 벌써 한 골 차로 접근했다. 음바페·야말·카메요의 7골보다 다섯 골 많고, PK 세 골을 자신에게서만 빼도 여전히 앞선다. Opta 선수 기록, LALIGA 득점 순위
그런데 공을 가장 많이 만지는 쪽은 하피냐가 아니다.
하피냐와 야말의 리그 7경기 전체 터치·상대 박스 터치·득점 비교
같은 리그 7경기 누적이지만 출전시간은 다르다. 막대 축은 지표별로 다르며, 터치는 소유 시간이 아니다. 자료: StatMuse, 득점 LALIGA 대조, 제작: MOM.
하피냐의 패스는 191회 시도, 161회 성공이다. 경기당 시도는 27.3회. 팀이 수백 번 공을 주고받는 동안 하피냐까지 계속 내려와 패스를 나눠야 하는 구조는 아니다. 패스 시도·성공
이 숫자를 이해하려면 위치 변화도 함께 봐야 한다. Opta의 9월 17일 분석에 따르면 하피냐는 시즌 초반 출전시간의 91%를 최전방 공격수로 보냈다. 지난 시즌과 달리 골문 앞 마무리가 더 큰 임무가 된 것이다. 터치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역할을 정한 것이 아니라, 실제 배치 변화와 함께 읽어야 하는 기록이다. 포지션 분석
야말은 상대 박스에서도 하피냐보다 더 많이 만지고, 슈팅도 더 많이 한다. 단순히 한 명은 패스만 하고 다른 한 명은 골만 넣는 분업은 아니다. 다만 하피냐가 모든 공격에 자주 관여하지 않아도, 마지막에 마무리할 기회를 얻는다는 차이는 보인다.
그렇다고 터치가 적은 공격수가 더 효율적인 공격수라는 뜻일까. 다른 팀의 득점원들을 놓고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음바페와 카메요를 놓고 보면, 12골의 성격이 보인다
음바페는 우승 경쟁팀의 주포이고, 카메요는 라요에서 득점 공동 2위에 오른 선수다. 같은 라리가 7경기로 범위를 맞추면 하피냐의 기회와 마무리를 구분해 볼 수 있다.
리그 7경기 누적
하피냐
음바페
카메요
소속
바르사
레알
라요
출전시간*
550분
630분
466분
전체 터치
284
392
236
상대 박스 터치
42
83
20
슈팅
25
41
19
득점(PK)
12(3)
7(1)
7(0)
xG
8.91
7.85
2.34
득점−xG
+3.09
−0.85
+4.66
*StatMuse 기준. 하피냐의 공식 출전시간은 555분이다. 시간·상대·역할이 달라 능력 순위표는 아니다. 자료: 하피냐, 음바페, 카메요.
음바페는 박스에서 거의 두 배 많이 만지고 16번 더 슈팅했다. 그런데 xG는 하피냐보다 낮다. 슈팅 하나당 xG는 하피냐 0.356, 음바페 0.191이다. 이 표본에서 하피냐는 더 적게 차면서도, 평균적으로 득점 확률이 높은 슈팅을 했다. PK 득점이 3대1인 만큼 그 차이 전부를 오픈플레이에서 만든 우위로 돌릴 수는 없다.
더 많은 터치를 낭비라고 읽어도 안 된다. 라요전 17분 음바페는 카레라스와 박스 안 원투패스를 주고받아 동료의 골을 도왔다. 추가시간에는 귈러의 패스를 받아 직접 마무리했다. 같은 선수라도 어떤 공격에서는 마지막 슈팅을, 다른 공격에서는 그 앞의 연결을 맡는다. 레알 공식 경기 리포트
▶음바페와 카메요의 득점이 포함된 레알 마드리드 4-1 라요 공식 중계사 하이라이트 · YouTube에서 보기
ESPN 공식 하이라이트. 경기 시간 17분 음바페의 원투패스, 51분 카메요의 만회골, 90+1분 음바페의 마무리를 비교할 수 있다. 영상 재생 시각이 아니며, 지역에 따라 재생이 제한될 수 있다.
카메요의 기록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2.34 xG에서 7골. 기대치를 넘겨 넣은 골은 하피냐보다도 많다. 이날 레알 원정에서는 비니시우스의 빌드업 실수 뒤 만회골을 넣었다. 긴 점유 공격 없이도 득점에 도달하는 장면이다. 다만 이 한 골로 그의 시즌 전체를 역습형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엘파이스 경기 리포트
비교가 보여주는 것은 ‘하피냐가 무조건 더 뛰어나다’가 아니다. 음바페보다 적은 슈팅에서 더 큰 xG를 얻었고, 카메요처럼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마무리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르사에는 좋은 기회가 쌓이고 있고, 하피냐는 그 기대보다도 많이 넣는다. 이 두 가지가 겹쳐 12골이 됐다.
그 둘이 실제 경기에서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 가장 잘 보여준 경기가 세비야전이다.
세비야전의 세 골에 답이 있다
세비야는 처음부터 물러서지 않았다. 압박으로 바르사의 실수를 유도했고, 전반 19분 포파나의 헤더로 앞섰다. 구단 공식 리포트도 전반에는 세비야가 더 위험한 기회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시즌 평균 점유율이 높다고 매 경기 시작부터 상대를 눌렀던 것은 아니다. 바르셀로나 공식 경기 리포트
동점은 3분 뒤 나왔다. 크리스텐센의 패스를 받은 하피냐가 박스 안에서 수비수를 벗겨내고 마무리했다. 이 골에는 개인의 해결이 필요했다. 좋은 공격 구조가 알아서 쉬운 슈팅을 만들어준 장면으로 설명할 수 없다. Cadena SER 경기 리포트
LALIGA 공식 하이라이트. 아래 설명은 경기 시간 22분·52분·69분의 득점 과정이다. 이미지를 누르면 유튜브로 이동한다.
후반 52분 역전골에서는 역할이 달랐다. 야말이 크로스를 보내고 하피냐가 헤더로 끝냈다. 69분 추가골에서는 로드리의 전진 패스가 야말에게 닿았고, 야말이 침투하는 하피냐에게 공을 건넸다.
앞서 본 527회와 284회의 터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동료가 공을 운반하고 다음 패스를 준비하는 동안, 하피냐는 마지막 공을 받을 곳을 향한다. 야말에게 가서 한 번 받고 다시 돌려주는 과정을 더하지 않아도 공격에 기여할 수 있다. 공을 만지지 않는 순간의 움직임이, 다음 터치를 슈팅으로 바꾼다.
하지만 이것을 ‘쉬운 골 세 개’라고 쓰면 또 틀린다. 이 경기 하피냐의 xG는 0.89였고 득점은 세 골이었다. 팀이 마지막 패스를 연결했다는 사실과, 마무리가 쉬웠다는 판단은 같지 않다. 경기별 선수 기록
전반에는 하피냐의 개인 해결이 먼저 경기를 되돌려놓았다. 후반에는 야말과 연결된 두 차례 마무리로 승부를 뒤집었다. 세비야전은 팀이 모든 것을 만들어준 경기도, 하피냐 혼자 해결한 경기도 아니다. 바르사가 막힌 시간을 선수의 기량으로 넘겼고, 이후의 연결을 그 선수가 다시 골로 바꾼 경기였다.
하피냐에게 전부 맡기지 않아서 더 무섭다
12골을 넣은 선수가 있으면 팀의 상승세를 설명하기는 쉽다. “하피냐가 미쳤다.” 틀린 말은 아니다. 세비야전에서 0.89의 기대득점을 세 골로 바꾼 마무리는 분명 그의 몫이다. 다만 그것으로 설명을 끝내면, 바르사가 어떻게 그에게 공을 가져다줬는지를 놓친다.
야말은 하피냐보다 훨씬 많이 공을 만지면서 네 번의 도움을 기록했고, 직접 일곱 골도 넣었다. 세비야전에서는 크로스로 하피냐의 머리를 찾았고, 로드리의 전진 패스를 받아 뒷공간으로 뛰는 하피냐에게 연결했다. 하피냐가 공을 받으러 내려와 공격을 처음부터 풀지 않아도, 골문 앞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장면들이다.
이것이 지금 바르사 공격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이다. 가장 잘 넣는 선수에게 공을 운반하고, 수비를 끌어내고, 마지막 패스까지 해결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동료가 그 일을 해내는 동안 하피냐는 수비 뒤를 노릴 수 있다. 터치가 적어서 잘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많은 터치를 거치지 않고도 위협적인 슈팅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다.
팀 기록도 하피냐 한 명의 결정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리그 일곱 경기에서 바르사가 쌓은 xG는 28.57, 실제 득점은 31골이다. 하피냐의 슈팅이 들어가는 비율이 지금보다 떨어지더라도, 팀 전체가 만들어낸 기회의 양과 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 상위권 경쟁 팀들과의 맞대결이 남았지만, 현재의 연승을 한 공격수의 반짝 활약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바르사를 상대하는 팀에는 하피냐의 슈팅을 막는 것보다 앞선 과제가 있다. 야말이 고개를 들고 패스할 시간을 줄이고, 그에게 들어가는 전진 패스부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세비야전처럼 연결을 허용한 뒤 하피냐까지 따라잡으려면 수비는 이미 자기 골문을 향해 뛰어야 한다.
지금 바르사가 무서운 이유는 하피냐가 모든 것을 해내서가 아니다. 하피냐가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데이터 기준
기준일은 2026년 9월 29일. 바르사는 9월 19일 세비야전까지, 비교 선수들은 각 팀의 리그 7라운드까지 집계했다. 공식전 8승을 설명하는 대목 외에는 대표팀·컵대회 기록을 제외했다.
순위·경기 결과·주요 득점은 LALIGA·구단 리포트와 대조했다. 팀 득점에는 상대 자책골이 포함된다.
점유율·패스·터치·슈팅·xG 비교는 StatMuse의 동일 리그 표본을 사용했다. 패스 성공률은 성공÷시도, 슈팅당 xG는 누적 xG÷슈팅으로 계산했다. xG는 PK 포함이다.
스루패스 45대22와 하피냐의 최전방 출전 비율은 9월 17일 Opta 분석의 별도 표본으로, 7라운드 누적값이 아니다.
공식 하피냐 출전시간은 555분, StatMuse는 550분이다. 비교표는 후자의 시간을 함께 표기했다. 음바페의 터치도 검색 집계 392회와 다른 선수 페이지 393회 사이에 차이가 있어 해당 표의 392회로 통일했다.
선수별 출전시간·상대·PK 비중이 다르므로 능력 순위로 해석하지 않았다. 득점−xG는 이 표본의 결과이지 순수 결정력의 확정치가 아니다. 터치를 개인 소유 시간으로, 박스 터치를 기회 수로 바꾸지 않았다.
장면 설명은 공식·언론 리포트로 확인한 과정에 근거한다. 풀매치 추적 데이터나 이동거리로 입증한 전술 분석은 아니며, 한 경기의 장면을 시즌 전체 유형으로 일반화하지 않았다.
득점 분포만 보고 하피냐 역할이 완전히 증명됐다고 보긴 어려움. 라싱전처럼 PK가 많이 섞인 경기도 있고, 하피냐의 득점이 기대값을 넘은 결과라서 지금 효율이 내려가면 공격 구조 평가도 달라질 수 있음. 야말에게 패스할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은 맞아 보여도, 강팀전에서는 공 잃은 뒤 바르사가 얼마나 빨리 중앙을 닫는지도 같이 봐야 진짜 강점인지 알 수 있음.
득점 분포가 고르게 보인다고 바로 공격 구조가 완성됐다고 보긴 어려움. 라싱전처럼 PK가 세 번 들어간 경기가 평균을 끌어올린 데다, 하피냐의 12골도 xG보다 많이 나온 결과라서 마무리 효율이 내려가면 숫자가 금방 달라질 수 있음. 야말의 전진 패스를 막는 게 핵심이라는 해석에는 동의하지만, 강팀전에서는 박스 앞에서 공을 잃었을 때의 전환 수비까지 같이 봐야 진짜 강점을 판단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