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의 말라가전 득점은 라리가 8월의 골로 선정됐다. 이미지를 누르면 라리가 공식 페이지로 이동한다.*
5번 선발, 완주는 0번
이강인은 아틀레티코의 라리가 개막 5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4차례 선발과 한 차례 교체 출전, 290분, 1골 1도움. 여기에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도 선발로 나섰다.
표면만 보면 성공적인 적응이다. 시즌 첫 경기에서 골을 넣었고, 세비야전에서는 도움을 기록했다. 리그에서 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출전했고 최근 공식전 5경기는 연속 선발이었다.
그러나 선발 5경기에서 단 한 번도 종료 휘슬을 그라운드에서 듣지 못했다.
이강인 선발 5경기 출전시간
*FBref와 Opta 기록 기준. 공식 경기 이벤트와 출전시간 표기 방식에 따라 교체 시각은 1분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
비야레알전 65분, 세비야전 71분, 아틀레틱 클루브전 58분, 리버풀전 59분, 레알 소시에다드전 60분. 우연이라고 넘기기 어려울 만큼 패턴이 선명하다.
그렇다고 이를 곧바로 ‘신뢰 부족’으로 읽는 것도 맞지 않는다. 시메오네는 이강인을 계속 선발로 내보낸다. 상대의 압박이 가장 강하고 경기 계획이 가장 복잡한 첫 한 시간을 맡긴다는 뜻이다. 신뢰가 없다면 성립하기 어려운 기용이다.
문제는 신뢰의 범위다. 현재 이강인은 경기를 설계하는 첫 번째 카드지만, 지친 경기에서 공간을 공격하거나 리드를 지키는 마지막 카드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0-0에 빠졌고, 이후 세 골이 나왔다
논쟁이 커진 이유는 레알 소시에다드전의 결과 때문이다.
이강인은 경기 초반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25분에는 정확한 크로스로 모르텐 율만의 헤더를 만들었다. 아틀레티코 공식 중계도 이 장면을 주요 기회로 기록했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전반에 나온 위협적인 장면에는 이강인이 관여했다.
하지만 후반 60분, 스코어가 0-0인 상황에서 교체됐다. 아틀레티코는 84분 알레한드로 그리말도의 페널티킥, 90분 조너선 데이비드, 추가시간 줄리아노 시메오네의 골로 3-0 승리를 거뒀다.
‘이강인이 빠지자 세 골이 터졌다’는 문장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문장만으로 경기의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
소시에다드전 60분 동시 교체 구조
*이강인 한 명의 교체가 아니었다. 아틀레티코는 같은 시점에 세 자리를 바꾸며 공격 구조를 재편했다.*
이강인과 함께 알렉스 바에나, 마르코스 요렌테가 나갔다. 대신 코케, 조니 카르도소, 전문 스트라이커 조너선 데이비드가 들어왔다. 창조적인 두 선수와 측면 주자를 빼고, 중원의 안정성과 템포 조율, 박스 안 기준점을 동시에 보강한 대규모 전환이었다.
첫 골도 오픈플레이로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린 장면이 아니라 핸드볼 판정에서 나온 페널티킥이었다. 이후 소시에다드가 동점을 위해 앞으로 나오면서 공간이 열렸고, 데이비드와 줄리아노가 그 공간을 공격했다. 3-0이라는 결과만 보면 교체 직후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하지만, 엘파이스는 실제 경기 내용에 비해 점수 차가 컸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 경기는 ‘이강인이 빠져서 이겼다’는 증거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메오네가 60분에 경기의 종류를 바꿨고, 그 변화에 전문 스트라이커와 후반 주자의 특성이 맞아떨어진 경기다.
이강인의 강점은 분명하다. 좁은 공간에서 공을 지키고, 왼발로 패스 각도를 바꾸며, 정돈되지 않은 수비 사이로 마지막 패스를 넣는다. 말라가전에서는 개인 돌파와 슈팅으로 직접 막힌 경기를 열었다. 세비야전에서는 바에나와의 연결로 공격의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시메오네가 후반에 원하는 일은 조금 다르다.
상대가 지치고 간격이 벌어지면 공을 예쁘게 연결하는 능력만큼 빈 공간을 빠르게 점유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리드를 잡은 뒤에는 측면 복귀와 세컨드볼 경합, 역습의 첫 질주가 필요하다. 동점 상황에서는 박스 안에 수비수 한 명을 더 묶어둘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이강인이 부족해서라기보다, 현재 아틀레티코 벤치에는 후반 경기의 목적에 더 직접적으로 맞는 카드가 있다. 코케는 템포를 정리하고, 카르도소는 중원에 안전장치를 더하며, 데이비드는 박스 안 깊이를 만든다. 줄리아노는 지친 수비를 상대로 직선적인 주행을 반복한다.
시메오네의 말에서 핵심은 ‘체력 이상이 없다’는 부분보다 “남은 시간에 더 좋은 상태의 선수가 있다”는 대목이다. 이강인이 경쟁해야 할 상대는 같은 포지션의 한 선수가 아니다. 감독이 후반에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의 묶음이다.
‘60분 선수’라는 평가는 절반만 맞다
이강인이 첫 60분에만 통한다는 결론은 아직 이르다. 표본은 선발 5경기뿐이고, 시즌 초반에는 일정과 선수단 구성에 따라 출전시간을 관리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1골 1도움은 이미 결과를 냈다는 뜻이다. 라리가 데뷔전의 결승골은 70분에 나왔다. 첫 경기에서는 교체로 들어가 후반을 바꿨던 선수가, 선발로 자리 잡은 뒤에는 오히려 먼저 교체되는 선수가 됐다. 역할이 축소됐다기보다 경기 시작부터 에너지를 소비하는 역할로 옮겨갔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다만 시메오네가 공개적으로 ‘경기 전체의 퍼포먼스’를 요구했다는 사실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감독이 이강인에게 바라는 다음 단계는 번뜩이는 한두 장면이 아니다.
후반에도 전방 압박과 수비 복귀의 강도를 유지할 것
상대가 공간을 내준 뒤에는 공을 받으러 내려오기보다 박스 쪽으로 침투할 것
전문 스트라이커가 투입됐을 때 그와 공존할 수 있는 연결 역할을 보여줄 것
공격이 풀리지 않는 시간에도 공을 잃는 횟수를 줄이고 세트피스를 만들어낼 것
이 네 가지가 보이면 이강인은 ‘선발 카드’에서 ‘경기를 끝내는 카드’로 올라갈 수 있다.
답은 두 가지다. 더 뛰거나, 더 결정하거나
이강인은 아틀레티코에서 밀려난 선수가 아니다. 이적 직후 주전 조합에 들어갔고 라리가 5경기에서 290분을 뛰며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145분마다 하나의 공격포인트, 90분 환산 0.62개다. 적응기 공격수의 출발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시메오네가 60분 이후에도 선수를 남겨두는 기준은 선발 명단에 넣는 기준보다 까다롭다. 후반에는 전술보다 체력이 먼저 드러난다. 압박을 한 번 더 이어가고, 공을 잃은 뒤 측면까지 복귀하고, 역습 때 다시 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반복 동작이 줄어들면 벤치의 줄리아노·코케·데이비드가 더 실용적인 선택이 된다.
이강인이 90분을 얻는 첫 번째 길은 그래서 에너지 레벨을 유지하는 것이다. 60분 이후에도 전방 압박의 속도와 수비 복귀 거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시메오네가 기술 좋은 선수를 먼저 포기할 이유가 줄어든다. 공식적으로 공개된 선수별 활동거리와 스프린트 자료가 없어 현재 체력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감독이 “경기 전체의 퍼포먼스”를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후반 강도는 분명한 평가 항목이다.
두 번째 길은 더 단순하고 더 강력하다. 빼기 아까울 만큼 공격포인트를 만드는 것이다. 에너지 저하가 조금 보이더라도 골과 도움을 반복하는 선수는 교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반대로 경기 초반 공을 많이 만지고 좋은 장면을 만들더라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감독은 마지막 30분을 전문 스트라이커와 직선적인 주자에게 맡기게 된다.
말라가전 골과 세비야전 도움은 이강인이 그 답을 알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재현성이다. 이후 아틀레틱 클루브·리버풀·레알 소시에다드와의 세 차례 선발 경기에서는 공격포인트가 없었다. 첫 두 공격포인트가 선발 90분을 보장하는 숫자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결국 경쟁의 기준은 모호하지 않다.
60분 이후에도 압박과 복귀 강도를 유지하든지, 그 강도가 떨어져도 빼지 못할 만큼 골과 도움을 생산하든지.
가장 좋은 답은 둘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이강인이 후반에도 뛰는 양을 유지하면서 데이비드가 들어온 뒤에는 박스 밖의 공급자로 살아남는다면, 교체가 공격수 투입을 위한 자리 교환일 필요가 없어진다. 이강인과 데이비드를 함께 남겨두는 선택지가 생긴다.
지금의 60분 교체는 벌이 아니라 시메오네의 계산이다. 이강인의 기술은 첫 한 시간을 맡길 만큼 인정받았지만, 마지막 30분에는 다른 선수의 에너지와 직접성이 더 큰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 계산을 깨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끝까지 뛸 에너지를 증명하거나, 교체 버튼을 누르기 어렵게 만드는 공격포인트를 쌓는 것. 라리가 8월의 골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이강인에게 필요한 것은 하이라이트 한 장면이 아니라, 감독의 손을 멈추게 할 반복성이다.
저도 풋살에서 비슷한 장면을 봤어요. 전반에 공을 잘 다루던 선수를 후반 중반에 빼고, 대신 박스 안에서 버텨줄 선수를 넣었는데 경기 흐름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그 선수가 못해서가 아니라 남은 시간에 필요한 일이 달랐던 거죠. 이강인도 60분까지 맡은 역할과 그 이후 요구되는 역할이 다르다는 설명이 꽤 와닿았어요.
맞아. 세 자리 교체를 한 덩어리로 봐야 후반 계획이 보임. 이강인만 빠진 뒤 결과가 달라졌다고 보면 코케의 템포 조절이나 데이비드의 박스 점유처럼 새로 생긴 기능을 놓치게 됨. 선발에서 맡은 연결 역할과 후반에 필요한 직접성이 달랐던 경기라, 다음에는 이강인이 스트라이커와 함께 남아 같은 장면을 만들 수 있는지도 봐야 할 듯.
감독이 보는 기준은 단순한 체력보다 후반에 경기의 요구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가까워 보입니다. 기술적인 연결이 필요한 60분과 박스 안 숫자, 수비 전환이 더 중요한 마지막 30분은 같은 선수의 장점을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이강인이 후반에도 남으려면 공격포인트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전문 스트라이커 투입 뒤에도 패스 공급과 공간 창출로 역할을 이어가는 장면이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