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이 독일로 돌아갔다. 반가운 소식인데, ‘분데스리가라서 다시 잘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한 단계가 빠져 있다. 어느 리그에서 뛰느냐보다 중요한 건 공을 어디서, 어떤 상태로 받느냐다. 수비수를 등지고 버텨야 하는가. 아니면 골문을 보며 달려들 수 있는가.
샬케가 황희찬을 데려오며 강조한 것도 이름값만은 아니었다. 공이 없을 때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공을 되찾으면 공격을 만드는 선수라는 설명이다. 이 요구가 실제 경기에서도 이어진다면, 이번 임대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생긴다. 다만 그 사이에 ‘열심히 뛰기만 하는 공격수’가 될 위험도 함께 있다. 샬케 구단의 영입 후 설명
샬케의 7번 유니폼을 든 황희찬. 사진: FC Schalke 04. 누르면 공식 영입 발표로 이동한다.
이적보다 먼저 읽어야 할 말, ‘뛰어야 한다’
샬케는 현지시간 9월 1일 황희찬을 2027년 6월 30일까지 임대한다고 발표했다. 울버햄프턴은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됐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한국에서도 같은 계약이 보도됐다. 적어도 아직은 완전 이적도, 주전 확약도 아니다. 샬케 공식 발표, 울버햄프턴 공식 발표, SBS 보도
울버햄프턴의 작별 인사에서 눈에 걸리는 대목은 지난 골이 아니라 현재의 위치였다. 구단은 황희찬이 이번 시즌 세자르 페이쇼투 감독 아래에서 아직 출전하지 못했고, 경기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맷 잭슨 테크니컬 디렉터의 설명 역시 경기 출전의 필요성에 무게가 실렸다.
샬케가 줄 수 있는 첫 번째 변화는 그래서 소박하다. 평가받을 경기에 들어가는 것. 하지만 벤치가 바뀌는 것만으로 임대가 성공하지는 않는다. 출전 시간을 얻은 뒤, 그 시간을 어떤 역할로 채우느냐가 남는다.
12골을 기억하되, 12골을 기본값으로 놓지는 말자
황희찬의 가장 좋은 시즌을 떠올리면 2023/24 프리미어리그가 나온다. 리그 12골. 그때 기대득점은 7.68이었다. 실제 득점이 xG보다 4.32골 많았다. EPL 공식 결산과 Opta의 선수 기록에서 당시 리그 12골을 확인할 수 있다. EPL 공식 xG 결산, Opta 선수 경력 기록
황희찬의 2023/24 프리미어리그 실제 득점 12골과 기대득점 7.68 비교
같은 시즌·같은 대회의 비교다. xG 초과 득점은 당시의 결과이지, 다음 시즌에 반복할 수 있는 보장 수익이 아니다. 자료: Premier League, 시각화: MOM.
이 숫자는 두 방향으로 읽힌다. 기회가 왔을 때 기대 이상으로 끝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동시에 팀이 만들어준 기회의 양과 질보다 더 많은 골을 넣어준 시즌이기도 했다. 새 팀이 그 초과분까지 당연히 기대한다면 공격수에게 청구하는 몫이 커진다.
당시 슈팅 득점 전환율도 26.67%였다. EPL 공식 분석의 집계 기준은 차단된 슈팅을 포함하며, 10골 이상 넣은 선수 중 황희찬은 다섯 번째였다. 대략 네 번의 슈팅 중 한 번을 득점으로 바꾼 셈이다. 그 효율을 칭찬하는 것과, 매년 그대로 재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EPL 공식 슈팅 전환율 분석
샬케에서 먼저 늘어야 할 것은 ‘골 수’라는 결괏값 이전에 슈팅할 수 있는 상황이다. 드리블로 여러 명을 벗겨낸 뒤 겨우 얻는 슈팅인지, 동료의 패스를 받아 골문을 향해 마무리하는 슈팅인지. 첫 몇 경기에서 골이 없더라도 후자가 반복된다면 기다려볼 이유는 있다.
울버햄프턴 공식 채널이 2023년 10월 13일 공개한 당시까지의 15골 모음. 2023/24시즌 전체 영상이나 현재 통산 골 모음이 아니다. 썸네일을 누르면 유튜브로 이동한다.
골 모음은 장점을 보기 좋은 대신, 실패한 움직임과 공을 받지 못한 시간을 지운다. 이 영상만으로 황희찬의 전체 플레이를 판정할 수는 없다. 다만 새 팀에서 무엇을 다시 보고 싶은지 정하는 참고 자료는 된다.
관전할 때는 공이 발에 닿기 직전 잠깐을 보자. 패스를 받는 순간 몸이 골문 쪽으로 열려 있는지, 수비수가 이미 다른 선수를 따라가고 있는지, 패스 뒤에 다시 뛸 공간이 남는지. 슈팅이 강했는지만 보는 것보다, 샬케에서 같은 조건이 만들어지는지 비교하기가 쉽다.
여기서 ‘황희찬은 반드시 역습만 해야 한다’는 결론까지 갈 필요는 없다. 필요한 것은 특정 전술의 이름보다 공격수와 골문 사이의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도움이다. 빠른 전환도 그 방법 중 하나다.
샬케는 많이 뛰는 팀이다. 그런데 그것만 하는 팀은 아니었다
무슬리치 감독의 샬케를 설명하는 숫자는 꽤 선명하다. 분데스리가가 2026년 1월 13일 공개한 당시 분석에서 점유율은 43%로 2부리그 최하위, 경기당 스프린트는 171회로 1위였다. 공을 오래 소유하는 대신 움직임으로 승부를 보던 팀의 성격을 보여준다. 이것은 황희찬의 활동량이 아니라, 지난 시즌 중간 시점의 팀 기록이다. 분데스리가 공식 겨울 분석
샬케의 2025/26 겨울과 승격 확정 시점 공격 변화 비교
서로 다른 시점의 팀 지표다. 171회는 황희찬 개인 수치가 아니며, 후반기 27골도 시즌 종료 시점의 최종 합계가 아니다. 자료: Bundesliga 공식 분석 2편, 시각화: MOM.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샬케를 절반만 설명하게 된다. 5월 2일 승격을 확정한 시점의 공식 분석은 겨울 이후 공격 변화에 주목했다. 당시 후반기 27골로 해당 구간 리그 공동 최다였고, 그중 19골에 겨울 영입생이 한 명 이상 관여했다. 에딘 제코와 아딜 아우시슈 등을 더한 뒤, 수비로 버티던 팀에 공격의 선택지가 늘었다는 설명이었다. 분데스리가 공식 승격 분석
황희찬에게 중요한 쪽은 오히려 이 뒤의 변화다. 함께 압박할 동료만 있어서는 부족하다. 공을 되찾았을 때 연결해줄 선수, 수비수를 붙잡아줄 선수도 필요하다. 그래야 첫 번째 질주가 압박이었다면 두 번째 질주는 골문을 향할 수 있다.
샬케가 이제 1부리그에서도 그 연결을 유지할지는 별개의 시험이다. 2부에서 통했던 속도와 압박을 상위 리그에 그대로 옮겨 적을 수는 없다.
승격팀의 0-3은 경고다. 황희찬의 성적표는 아니다
샬케는 황희찬 영입 전인 8월 30일 아우크스부르크와의 리그 개막전에서 0-3으로 졌다. 공식 경기 리포트의 xG도 아우크스부르크 3.55, 샬케 1.26으로 차이가 났다. 공격수 한 명을 더한다고 곧바로 해소될 격차라고 보기는 어렵다. 분데스리가 공식 경기 리포트·하이라이트
다만 최종 스코어만으로 90분 내내 공격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 샬케는 초반 무사 실라가 골키퍼를 제친 뒤 시도한 슈팅이 골라인에서 막히는 기회를 만들었다. 62분 론 샬렌베르크가 퇴장당할 때까지는 0-1이었고, 남은 두 골은 수적 열세에서 내줬다.
시점
경기 상황
18분
선제 실점, 샬케 0-1
62분
샬렌베르크 퇴장, 샬케 10명
80분
추가 실점, 0-2
90+2분
세 번째 실점, 0-3
이는 황희찬이 뛰기 전의 경기다. 그의 영입 효과를 증명하지도, 반박하지도 않는다. 대신 새 팀이 놓인 조건은 알려준다. 공격에서 몇 번의 좋은 장면을 만드는 것과, 그 장면을 다시 만들 수 있을 만큼 경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다르다.
황희찬이 수비 가담을 성실하게 해도 매번 공을 너무 낮은 위치에서 받는다면, 골문까지는 여전히 멀다. 반대로 전방에서 공을 되찾고 짧은 패스로 마무리할 수 있다면, 적은 점유율에서도 공격수의 몫은 생긴다. 샬케의 압박을 황희찬에게 유리한 공격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잘 맞는다’는 말은 출전 명단 다음에 검증된다
프랑크 바우만 샬케 스포츠 담당 이사는 영입 후 인터뷰에서 황희찬이 팀의 적극적인 수비와 공 탈취 이후 공격에 맞는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기존 주전들을 지켰고, 경쟁을 높였으며, 벤치에서도 흐름을 바꿀 선수를 투입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기대는 읽히지만 황희찬의 선발 자리는 정해져 있지 않다. 샬케 공식 인터뷰
그래서 첫 평가를 첫 골이 터지는 날까지 미룰 필요는 없다. 선발이든 교체든, 압박한 다음 공격에 다시 도착하는지부터 볼 수 있다. 박스 안에서 공을 받는 장면이 늘어나는지, 동료와 연결한 뒤 슈팅까지 이어지는지도 볼 수 있다. 많이 뛰었는데 슈팅은 없었다면 그 이유를 선수의 결정력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
반대로 기회가 반복해서 왔는데 끝내지 못한다면 그때는 황희찬이 답해야 한다. 전술과 환경을 살피자는 말은 공격수의 책임을 지우자는 뜻이 아니다. 책임이 시작되는 위치를 정확히 보자는 뜻이다.
독일 복귀 자체가 부활의 근거는 아니다. 그래도 이번 선택에는 기대할 지점이 있다. 샬케가 원하는 압박과 전환이, 황희찬에게 골문을 향해 뛸 기회를 함께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를 다시 살릴 장면은 공을 빼앗으러 달리는 순간이 아니라, 빼앗은 뒤 패스를 받으러 달리는 순간에 나와야 한다.
자료 기준
이적과 구단 설명은 2026년 9월 3일 오전 한국시간까지 확인한 공식 발표·보도를 기준으로 했다. 데뷔전과 선발 여부는 확정하지 않았다.
황희찬의 12골·xG 7.68·슈팅 전환율 26.67%는 2023/24 프리미어리그 기록이다. 최근 시즌이나 샬케에서의 예상 성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샬케의 점유율·스프린트는 2026년 1월 13일 공식 기사에 제시된 당시 수치, 후반기 득점·영입생 관여는 5월 2일 기사 시점이다. 서로 다른 집계 구간을 합산하거나 증감률로 비교하지 않았다.
아우크스부르크전 xG는 분데스리가의 단일 경기 모델이다. 황희찬의 EPL 시즌 xG와 직접 비교하지 않았다.
황희찬 개인의 최근 박스 안 터치, 압박 성공, 이동거리·스프린트, 최근 시즌의 세부 기회 지표는 이 원고에서 검증하지 못해 수치로 제시하지 않았다. 향후 확인할 관전 항목과 이미 확인한 사실을 구분했다.
구단 발표 사이에서 일치하지 않는 통산 출전·득점 수와, 집계 범위를 확정하지 못한 최근 시즌 득점 수는 제외했다.
황희찬이 압박 뒤 다시 골문으로 뛰려면 첫 패스를 받는 선수의 몸 방향도 중요해 보입니다. 동료가 등을 진 채 받으면 공격이 한 번 멈추지만, 옆으로 열어 받아 수비를 끌고 가면 황희찬의 두 번째 움직임을 바로 살릴 수 있습니다. 결국 압박 성공 횟수보다 그 다음 패스가 전진을 이어주는지가 더 눈에 들어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