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의 맨유가 강팀을 상대로 잘한 이유는 수비만 해서가 아니다. 상대의 전진을 압박과 빠른 공격의 출발점으로 이용했다.
맨시티전 점유율은 31.9%, 아스널전은 43.4%, 첼시전은 40.4%, 리버풀전은 37.8%였다.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아도 상대 수비가 정렬되기 전에 전진할 수 있었다. 패스 횟수보다 첫 번째 전진 패스와 공격수의 달리는 방향이 중요해지는 경기였다.
브루노 페르난데스, 음뵈모, 쿠냐처럼 전환 상황에서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선수에게도 맞는 환경이다. 상대 수비 뒤 공간이 열리면 브루노는 돌아서서 전진 패스를 넣고, 공격수들은 정면을 향해 뛸 수 있다.
승격팀은 그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수비 블록을 낮추고, 맨유가 먼저 위험한 패스를 선택하도록 기다린다. 공을 빼앗아도 무리하게 많은 선수를 전진시키지 않는다. 맨유의 장점인 역습의 출발선 자체를 없애는 방식이다.
결국 맨유가 강팀전에서 잘하는 축구와 승격팀전에서 요구받는 축구는 다른 종목에 가깝다.
슈팅 52개가 한 골이 된 이유
승격팀 상대 세 경기에서 슈팅 52개를 기록했다는 숫자는 공격이 정상 작동했다는 증거가 아니다.
리즈전에서는 20개의 슈팅 중 9개가 골문으로 갔지만 퇴장까지 겹치며 1-2로 졌다. 선덜랜드전에서는 11개 중 유효슈팅이 하나뿐이었다. 헐전에서는 박스 안 터치 40회가 5개의 유효슈팅과 무득점으로 끝났다.
세 경기의 실패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상대 수비가 자리를 잡은 뒤 공격하는 시간이 길었다.
슈팅 숫자에 비해 골키퍼를 실질적으로 위협한 장면이 적었다.
먼저 실점하면서 상대가 더 편하게 수비 블록을 유지했다.
세트피스 수비가 경기 계획 전체를 흔들었다.
이 문제를 단순히 ‘결정력 부족’으로만 부르면 절반만 맞는다. 좋은 슈팅을 반복해서 만드는 과정이 부족했고, 상대가 원하는 타이밍에 슈팅하도록 밀려난 장면이 많았다.
헐전 기대득점 1.83은 맨유가 두 골을 넣어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동시에 21개의 슈팅으로 그 수치를 만들었다는 점도 봐야 한다. 슈팅당 기대득점은 약 0.087이었다. 한 번의 슈팅이 평균적으로 9%가 채 되지 않는 확률의 기회였다는 계산이다.
틸레만스 영입이 답이 되려면
맨유가 유리 틸레만스를 데려온 이유는 이런 경기에 있다.
지난 시즌 틸레만스는 90분당 라인 브레이킹 패스 8.9회, 상대 박스 안 패스 4.4회, 기회 창출 1.6회를 기록했다. 압박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한 횡패스를 늘리는 선수가 아니라, 내려앉은 수비의 다음 줄을 겨냥할 수 있는 미드필더다.
하지만 헐전은 좋은 패서 한 명을 넣는 것만으로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줬다. 틸레만스는 선발로 나왔지만 맨유 공격은 충분히 빨라지지 않았다.
패스를 받는 선수의 움직임,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벌리는 폭, 공을 잃은 직후 다시 가두는 압박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중앙의 선수 한 명이 수비 두 줄을 모두 찢어주길 기다리면 공격 속도는 다시 떨어진다.
입스위치전에서 확인할 지점도 명확하다.
1. 첫 패스가 측면을 거쳐 다시 뒤로 돌아오는 횟수를 줄일 수 있는가. 2. 박스 안 터치를 슈팅 숫자가 아니라 높은 확률의 슈팅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 3. 선제 실점의 원인이 된 세트피스 수비를 정리했는가. 4. 공을 잃었을 때 곧바로 회수해 상대가 블록을 다시 세우기 전에 공격할 수 있는가.
입스위치전은 승점 3점보다 더 큰 시험이다
입스위치는 맨유가 원하는 공간을 먼저 내줄 이유가 없다. 헐전 영상을 봤다면 더더욱 그렇다.
올드 트래퍼드에서 공은 다시 맨유가 오래 가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경기는 캐릭의 맨유가 잘하는 축구를 반복하는 자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약했던 축구를 보여줘야 하는 자리다.
빅6 상대 5전 전승은 우연으로 치부할 성적이 아니다. 캐릭이 상대의 전진을 읽고, 맨유 선수들의 속도를 살리는 데 능하다는 증거다. 그러나 시즌의 순위는 강팀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내려앉은 팀을 상대로 승점 3점을 반복해서 쌓아야 한다.
맨유는 강한 팀을 만나면 상대의 공격성을 이용한다. 승격팀을 만나면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두 번째 문제를 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