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가 메스타야에서 다섯 골을 넣었다. 당연히 시선은 두 골을 넣은 라민 야말에게 먼저 간다. 그런데 이 경기의 다음 장면을 결정한 선수는 슈팅보다 패스를 훨씬 많이 한 미드필더였다.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처음 선발로 나선 로드리는 62분 동안 패스 83개를 시도해 81개를 연결했다. 상대 진영에서도 55개 중 54개가 동료에게 도착했다. 화려한 킬패스가 쏟아진 경기는 아니었다. 대신 페드리가 공을 받으러 자기 진영까지 내려오는 횟수를 줄이고, 더 자주 골문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경기였다.
*메스타야에서 5-0 승리를 거둔 바르셀로나. 이미지: FC Barcelona 공식 경기 리포트*
야말의 두 골보다 먼저 봐야 할 숫자
바르셀로나는 전반 6분 라민 야말의 선제골로 문을 열었다. 22분 페르민 로페스, 50분 하피냐, 79분 페드리, 84분 다시 야말이 골을 넣었다. 네 명이 다섯 골을 나눠 가졌고, 중앙 미드필더인 페르민과 페드리도 득점 명단에 올랐다.
시간
득점
도움
6분
라민 야말
페르민 로페스
22분
페르민 로페스
앤서니 고든
50분
하피냐
페르민 로페스
79분
페드리
다니 올모
84분
라민 야말
다니 올모
득점 장면의 모양도 한 가지가 아니었다. 야말의 빠른 선제골 뒤 페르민이 직접 마무리했고, 세 번째 골은 전환 상황에서 나왔다. 후반 막판에는 올모가 페드리와 야말의 득점을 연달아 도왔다. 정적인 점유로 상대를 눌러 놓고 같은 공격만 반복한 5-0이 아니었다.
그 여러 공격 방식이 한 경기 안에서 공존하려면 중앙에서 공이 쉽게 끊기지 않아야 한다. 이날 로드리가 맡은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83번 중 81번, 중요한 건 성공률 다음이다
로드리는 전체 패스 83개 중 81개를 성공했다. 성공률은 97.6%다. 상대 진영에서는 54개 중 54개가 아니라 55개 중 54개였다. 숫자 하나를 틀리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대목은, 패스의 절반 이상이 자기 진영에서 안전하게 돌린 공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로드리 발렌시아전 패스와 수비 기록
*로드리의 첫 선발 62분 기록. 자료: El Pais, Cadena SER / 시각화: MOM*
패스 성공률 97.6%만으로 전진성과 창의성을 증명할 수는 없다. 짧은 횡패스도 성공 패스이고, 수비를 가르는 패스도 성공 패스다. 이 경기에서 확인되는 것은 조금 다르다. 로드리는 상대 진영에서도 98.2%의 연결률을 유지했고, 공을 여섯 차례 되찾았으며, 상대에게 드리블 돌파를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즉, 공을 소유한 순간과 잃은 직후를 함께 관리했다. 바르셀로나가 공격 숫자를 올리고도 다음 공격을 빨리 시작할 수 있었던 바닥에는 이 안정성이 있었다.
로드리 본인도 공격 장면을 만들었다. 헤더가 골대를 맞았다. 하지만 그를 이 경기의 중심으로 보는 이유는 한 번의 슈팅이 아니다. 팀이 전진한 뒤에도 중앙이 비어 버리지 않았고, 공이 돌아오면 다시 공격 방향을 정할 선수가 남아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첫 선발 경기를 치른 로드리. 이미지: FC Barcelona 공식 프로필*
페드리는 왜 더 앞에서 놀 수 있었나
경기 뒤 페드리는 로드리와 함께 뛰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유도 구체적이었다. 공을 거의 잃지 않고 수비를 도와준다는 것이다. 동료의 의례적인 칭찬으로 넘기기에는 이날 역할 배분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페드리가 매번 후방 빌드업의 첫 패스를 책임져야 하면, 바르셀로나는 최고의 전진 패서 한 명을 골문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게 된다. 반대로 로드리가 센터백 앞에서 첫 연결과 공수 전환의 안전장치를 맡으면 페드리는 한 줄 위에서 몸을 돌릴 수 있다. 상대 미드필더 뒤에서 공을 받거나, 페널티박스 앞의 세컨드볼에 접근할 여유도 생긴다.
79분 득점이 그 역할 변화 하나만으로 만들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로드리는 이미 62분에 교체됐고, 페드리의 골은 올모의 도움에서 나왔다. 다만 경기 전체의 구조를 보면 분업은 선명했다.
선수
이날 중심 역할
결과로 확인된 장면
로드리
후방 연결, 중앙 보호, 재순환
패스 81/83, 볼 회수 6회
페드리
한 줄 위 전진, 박스 접근
79분 득점
페르민
최종 구역 침투와 직선적 연결
1골 2도움
야말·하피냐
폭과 마무리
합계 3골
로드리가 페드리를 대신한 것이 아니다. 페드리가 가장 위협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그 전에 반드시 끝내야 하는 일을 나눠 가진 것이다.
첫 선발 62분, 그리고 그 뒤의 두 골
로드리는 팀이 3-0으로 앞선 62분에 마르크 베르날과 교체됐다. 바르셀로나는 이후에도 두 골을 더 넣었다. 그래서 “로드리가 뛰어서 다섯 골이 나왔다”는 문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바르셀로나 발렌시아전 득점과 로드리 교체 타임라인
*로드리 교체 전 3골, 교체 뒤 2골. 시간의 선후를 인과관계로 읽어서는 안 된다. 자료: LALIGA / 시각화: MOM*
오히려 이 타임라인은 로드리의 가치를 더 정확하게 한정해 준다. 그가 한 일은 다섯 골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의 승부가 사실상 기울 때까지 공격의 기반을 흔들리지 않게 유지한 것이었다. 이후 베르날이 들어와 같은 자리를 이어받았고, 올모가 두 차례 마지막 패스를 건네며 점수 차를 벌렸다.
한 선수가 빠진 뒤에도 구조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은 바르셀로나에도 좋은 신호다. 로드리의 첫 선발은 특정 선수에게 모든 통제권을 몰아준 경기가 아니라, 중원의 일을 나누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경기였다.
라요전에서 흔들린 15분과 비교하면
이 경기 전 바르셀로나가 풀어야 할 문제는 분명했다. 라요 바예카노전에서는 후반 55분부터 70분 사이 점유율이 68%에서 58%로 내려갔고, 중원에서 공을 열 차례 잃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고 있어도 경기의 속도를 늦추거나 다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애를 먹었던 구간이다.
발렌시아전의 로드리 선발을 그 문제에 대한 감독의 공식 해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선발 이유를 설명한 발언도 확인되지 않았다. 상대와 경기 양상도 달랐다. 다만 83번의 패스와 여섯 번의 회수는 적어도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자질이 무엇인지는 보여 줬다.
점유율을 높이는 미드필더는 많다. 바르셀로나에 더 필요한 선수는 점유가 끊겼을 때 곧바로 다음 소유를 준비할 수 있는 미드필더다. 로드리는 첫 선발 경기에서 그 둘을 동시에 했다.
바르셀로나의 새 무기는 골잡이가 아니라 역할 분담이다
바르셀로나는 리그 첫 네 경기에서 17골을 넣었다. 발렌시아전에서도 야말이 두 골, 하피냐가 한 골을 보탰다. 공격수의 결정력이 가장 눈에 띄는 팀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번 5-0에서 더 오래 남을 장면은 미드필더 두 명이 득점하고, 또 다른 미드필더가 97.6%의 패스로 그 뒤를 받친 구조다. 페르민은 박스로 들어갔고, 페드리는 골문을 향했으며, 로드리는 그들이 비운 중앙을 관리했다.
로드리가 당장 주전 경쟁을 끝냈다고 말하기에는 한 경기가 너무 짧다. 발렌시아의 압박 강도, 이른 선제골이 만든 경기 흐름, 62분이라는 출전 시간도 함께 봐야 한다. 강한 전방 압박을 받는 경기와 팽팽한 승부의 막판에도 같은 안정성을 보여 주는지가 다음 시험이다.
그래도 첫 답안은 인상적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로드리에게 공을 맡겼고, 페드리는 골문 가까이 갔다. 83번의 패스가 직접 만든 골은 기록지에 남지 않는다. 대신 누가 어디에서 뛰게 됐는지는 남는다. 이날 바르셀로나가 얻은 가장 큰 변화다.
저도 풋살에서 뒤에서 받아주는 선수가 있으면 괜히 내려와 공을 찾는 일이 줄더라고요. 예전에는 공을 많이 만져야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한 줄 뒤에 맡길 사람이 생기니 앞에서 기다렸다가 첫 터치 방향을 고르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움직임이 덜 급해졌고, 경기 뒤 다리가 남아 있는 느낌도 달랐습니다.
페드리가 앞에서 받을 여지가 생긴 건 동의해. 다만 발렌시아가 초반부터 내려선 경기라서 그 효과를 전부 로드리 몫으로 계산하긴 어려워 보여. 강한 압박에서 첫 패스가 막힐 때도 페드리가 같은 높이를 유지하는지, 로드리가 공을 잃은 뒤 중앙을 다시 지키는지까지 확인돼야 진짜 조합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듯.
발렌시아가 내려선 경기였다는 변수는 맞아. 그래도 로드리가 중앙을 맡으면서 페드리가 앞에서 받을 위치를 유지한 건 단순한 패스 성공률 이상의 변화로 보임. 강한 압박을 만났을 때 로드리가 첫 압박을 끌어낸 뒤에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지, 페드리가 그 틈을 계속 골문 쪽 움직임으로 바꿀 수 있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