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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손흥민의 57호골 전에, 김민재가 먼저 에콰도르를 열었다

분석왕2026년 9월 25일 09:33:21
손흥민이 차범근의 기록에 한 골 차로 다가섰다. 그런데 에콰도르전에서 다시 볼 장면은 프리킥 하나만이 아니다. 그보다 4분 앞서 김민재의 패스가 오현규에게 닿은 과정, 그리고 프리킥을 차기 전 두 선수가 나눈 이야기에 이날 승리의 재미가 있다.
9월 24일 수원에서 한국은 에콰도르를 3–0으로 이겼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의 첫 경기였다. 전반은 0–0, 세 골은 모두 후반에 나왔다. 결과만 보면 시원한 데뷔전이지만, 처음부터 공격이 술술 풀린 경기는 아니었다. 대한축구협회 경기 리포트

투톱을 세웠다고, 손흥민이 계속 골대 앞에 있던 건 아니다

오현규의 선제골을 기뻐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오현규의 선제골을 기뻐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 YouTube에서 보기
오현규의 선제골 뒤 세리머니. 사진: 대한축구협회. 클릭하면 공식 경기 리포트로 이동한다.
한국의 출발점은 4-4-2였다. 손흥민과 오현규가 앞에 섰고, 송민규와 정승원이 측면에 배치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두 공격수에게 공을 몰아주는 축구를 예상하기 쉽다.
실제 공격 배치는 조금 달랐다. 베스트일레븐의 현장 분석은 손흥민이 오현규보다 낮게 내려왔고, 오른쪽 풀백 설영우가 전진할 때 왼쪽의 조현택은 뒤에 남는 모습을 짚었다. 공격할 때는 양쪽 풀백이 똑같이 올라가는 대신, 후방에 세 명을 두는 비대칭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베스트일레븐 현장 분석
이 배치라면 손흥민이 아래로 내려와 공을 받더라도 오현규가 앞선에 남을 수 있다. 손흥민의 패스와 슈팅을 함께 활용하려는 구성으로 읽을 만하다. 다만 이것은 배치에 대한 해석이지, 감독이 공개한 개인별 지시 내용은 아니다.
중요한 건 포메이션 이름보다 그다음이다. 손흥민이 내려온 자리로 공이 전달되는가. 상대가 그를 따라 나오면 앞에 남은 공격수를 찾을 수 있는가. 전반 무득점은 새 배치를 꺼내는 것과 실제 기회를 만드는 일이 별개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첫 골은 손흥민을 거치지 않았다

한국의 후반 세 골과 연결 과정: 54분 오현규, 58분 손흥민, 86분 이동경
한국의 후반 세 골과 연결 과정: 54분 오현규, 58분 손흥민, 86분 이동경
대한축구협회 경기 기록을 바탕으로 MOM이 재구성했다. 패스 순서를 설명한 자료이며 실제 좌표나 공의 궤적을 그린 그림은 아니다.
54분, 김민재가 후방에서 중앙으로 패스를 넣었다. 송민규는 공을 흘렸고, 오현규가 페널티박스 밖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협회 리포트가 설명한 선제골의 순서다.
이 장면에서 눈여겨볼 선수는 슈팅한 오현규만이 아니다. 송민규는 공을 잡아 다시 내주는 대신 그대로 보냈다. 김민재의 패스가 중간에서 멈추지 않고 공격수에게 이어졌다. 손흥민이 직접 공을 받아 해결해야만 득점할 수 있는 공격은 아니었다.
센터백이 공격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보려면 패스 성공률만으로는 부족하다. 옆으로 안전하게 보낸 패스와, 공격수가 다음 동작으로 슈팅할 수 있게 연결된 패스는 같은 한 번이어도 결과가 다르다. 이 경기에서 김민재의 패스를 따로 꺼내 볼 이유다.
그렇다고 이 한 장면으로 한국의 중앙 전개가 완성됐다고 할 수는 없다. 같은 연결이 경기 내내 몇 번 나왔는지, 상대 압박을 몇 차례 통과했는지는 별도 집계가 필요하다. 이날 확인한 것은 적어도 한 차례, 후방의 패스와 앞선의 판단이 득점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송민규가 흘려준 동작을 임의로 공식 도움으로 세지도 않았다.

57호골 뒤에는 김민재의 제안이 있었다

프리킥으로 A매치 57호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는 손흥민▶
프리킥으로 A매치 57호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는 손흥민 · YouTube에서 보기
손흥민의 후반 13분 프리킥 득점. 사진: 대한축구협회. 공식 리포트로 연결되는 이미지다.
4분 뒤 손흥민이 직접 프리킥을 넣었다. A매치 통산 57번째 골. 차범근의 58골까지 하나가 남았다.
골 자체보다 흥미로운 설명은 경기 뒤 나왔다.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평소라면 그 위치에서 슈팅을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민재가 수비수들을 가까운 쪽으로 유도할 테니 직접 차 보라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손흥민 경기 후 인터뷰
김민재의 움직임 때문에 골키퍼가 속았다고까지 쓰면 확인한 사실을 넘는다. 수비수와 골키퍼의 시선, 실제 이동을 따로 살펴야 한다. 하지만 손흥민이 직접 슈팅을 선택하는 과정에 동료의 제안이 있었다는 것은 선수 본인의 설명으로 확인된다.
그래서 이 골을 손흥민의 킥 능력만으로 정리하면 조금 아쉽다. 첫 골에서는 김민재가 공을 넣었고, 두 번째 골에서는 슈팅을 권했다. 둘 다 득점표에는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다. 한 명의 해결사에게 기대는 것과, 해결사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동료가 돕는 것은 다르다. 이날 두 번째 골은 후자에 가까웠다.

3–0보다 더 반가운 건, 막힌 전반 뒤에 바꾼 게 있었다는 것

에콰도르전을 지휘한 모레노 임시 감독▶
에콰도르전을 지휘한 모레노 임시 감독 · YouTube에서 보기
모레노 임시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클릭하면 경기 후 기자회견 내용을 볼 수 있다.
모레노 감독은 하프타임에 압박과 빌드업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 공을 돌리고 공간을 찾는 방식을 손봤다는 설명이다. 후반 세 골을 모두 그 조정의 성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전반에 막힌 뒤 벤치가 무엇을 바꾸려 했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기자회견
내용까지 완벽했던 승리도 아니다. OSEN의 경기 보도에 따르면 후반 중반에는 김승규의 선방과 설영우의 골문 앞 걷어내기가 필요했다. 무실점이라는 결과를 상대에게 위험한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OSEN 경기 리포트
86분에는 교체로 들어온 이동경이 김봉수의 패스를 받아 세 번째 골을 넣었다. 오현규와 손흥민의 연속골로 벌린 점수를 다른 조합이 마무리했다. 첫 경기에서 얻을 만한 수확은 충분했다.
다만 다음 경기에서 기대할 것은 또 한 번의 3–0이 아니라, 이날의 좋은 연결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김민재에게 전진 패스할 틈이 없을 때도 앞선으로 공을 보낼 수 있을까. 손흥민이 내려와야 하는 상황에서도 오현규에게 슈팅 기회가 갈까. 골이 늦게 나와도 후반에 공격을 고칠 수 있을까.
손흥민의 57호골은 오래 남을 기록이다. 새 대표팀의 첫 승에서 더 반가웠던 것은 그에게 골을 부탁하기 전에 다른 선수들이 먼저 해낸 일이 있었다는 점이다. 오현규가 첫 골을 넣었고, 그 앞에는 김민재의 패스와 송민규의 판단이 있었다. 손흥민을 잘 쓰는 팀이라면, 바로 그런 장면이 더 많아져야 한다.

자료와 분석 범위

경기 일시와 득점 시각은 대한축구협회 기록을 기준으로 삼았고, 3–0 결과와 세 득점자는 MBC 경기 보도와 교차 확인했다. 공격 배치에 관한 현장 분석, 선수의 경기 후 설명, 작성자의 해석을 구분했다. 경기 전체 기대득점·선수별 터치·전진 패스 횟수는 일관되게 검증된 최종 집계를 확보하지 못해 싣지 않았다. 사진은 대한축구협회, 득점 흐름 이미지는 MOM 재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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