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프랑스 축협 개선 보고서에서 볼만한 부분
2012년 프랑스 하원에서 만든 축협 개선 보고서를 요약한 글
1. "좋은 거버넌스는 제도보다 사람에 달려 있다"
보고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여러 연맹 회장들이 공통적으로
거버넌스의 핵심은 제도보다 지도자의 자질과 문화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정관이라도 운영 방식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새로운 조직 형태를 도입해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보고서도 이를 인정하면서
법과 제도는 최소한의 틀을 제공할 뿐이며, 실제 거버넌스는 사람들의 운영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정리합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현실적인 평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축구는 다른 종목과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
생각보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많은 인터뷰 대상자들이 축구의 문제를 모든 스포츠 연맹의 문제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회원 수
예산 규모
미디어 영향력
프로 시장
모든 것이 축구는 다른 종목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남아공 월드컵 때문에 시작된 조사이지만 축구만 보고 법을 만들면 안 된다고 여러 번 강조합니다.
3. 국가와 스포츠 연맹의 관계
보고서에서 상당히 많은 분량을 차지합니다.
프랑스는 국가가
예산 지원
기술 인력(DTN)
공공서비스 위임을 합니다.
하지만 연맹은 민간 비영리단체입니다.
따라서 국가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가 계속 논쟁입니다.
보고서는 국가가 감독(regulator)은 해야 하지만 운영(operator)까지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합니다.
4. DTN(국가기술감독)의 역할
한국에서도 참고할 만한 부분입니다.
프랑스는 DTN이
국가 공무원이면서
연맹에서 일합니다.
문제는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가입니다.
스포츠부?
연맹 회장?
보고서는 이 역할이 불명확하면 갈등이 생긴다고 분석합니다.
그래서 DTN과 회장이 하나의 팀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5. 지도자 교육
생각보다 비중 있게 다룹니다.
보고서는 좋은 거버넌스는 법보다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즉, 회장이 되기 전에
법률
재무
조직관리
스포츠 행정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학 스포츠법 연구자들도 자원봉사 정신만으로는 현대 스포츠 조직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6. 방송권과 재정 자립
많은 사람들이 방송권은 축구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보고서는 오히려 방송권 수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조직 운영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4년 단위 계약은 언제든 감소할 수 있으므로 장기 재정 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7. 국제 경쟁력
후반부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프랑스는
올림픽 유치 실패
국제연맹 영향력 감소 등을 경험하면서
국내 거버넌스가 국제 경쟁력에도 영향을 준다고 분석합니다.
즉, 좋은 거버넌스는 단순히 내부 운영 문제가 아니라 국제 스포츠 외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눈여겨본 부분
이 보고서는 단순히 "회장 연임을 제한하자"는 수준의 문서가 아니라, 현대 스포츠 단체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을 제시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보고서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세 가지입니다.
민주성(Democracy): 더 많은 클럽과 회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전문성(Professionalism): 조직은 자원봉사 정신만으로 운영하기 어려우며, 전문 경영과 교육이 필요하다.
자율성과 책임(Autonomy & Accountability): 스포츠 단체는 국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되, 공공성과 투명성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이 세 가지 원칙은 2012년 이후 프랑스 스포츠 거버넌스 개혁의 방향을 설명하는 기준이 되었고, 이후 2022년 스포츠 민주화법에도 상당 부분 반영되었습니다.
지도자(회장) 교육 부분이 흥미로워 보이더군요.
1. 자원봉사 경험만으로는 현대 스포츠 연맹을 운영하기 어렵다
엑스마르세유대학교 스포츠법센터 연구진은 현대 스포츠 연맹 회장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받는다고 지적합니다.
과거에는
종목을 잘 알고
오랫동안 활동한 경험만으로도 조직을 이끌 수 있었지만,
현재는
법률 문제
재무 관리
계약
노동 문제
국제연맹 대응 등을 함께 다뤄야 합니다.
연구진은 특히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원봉사 지도자들의 역량(competence)이 문제이며, 전문성이 부족하면 실제 운영 권한은 직원들에게 넘어가게 된다."
즉, 명목상으로는 회장이 조직을 이끌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면 실무 직원들이 사실상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구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그렇다고 자격시험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흥미롭게도 "회장이 되려면 시험을 봐야 한다"는 식의 접근에는 신중합니다.
대신 연구진은 지도자가 스스로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이러한 교육은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실제 경험을 인정하는 제도
직무 수행과 연계된 교육 등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3.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조직이라면 전문성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중요한 논리를 하나 제시합니다.
스포츠 연맹은
국가 지원금을 받고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조직입니다.
따라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조직을 전문성 없이 운영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최소한 전문성을 갖춘 직원이나 관리 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4. 직원 채용보다 선수를 한 명 더 뽑는 문화가 문제
리모주대학교 스포츠법센터의 장 피에르 카라킬로(Jean-Pierre Karaquillo)의 발언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그는 많은 연맹과 클럽이 전문 행정인력을 채용하기보다 선수 한 명을 더 영입하는 데 예산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조직을 제대로 세우려면 먼저 튼튼한 기반(fondations solides)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자원봉사 지도자는 조직의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실제 운영은 전문 인력이 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5. 스포츠는 일반 기업과도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
국제농구연맹(FIBA) 회장 이반 마이니니(Yvan Mainini)는 기업 경영 경험이 있다고 해서 스포츠 조직을 잘 운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기업 경영자라도 스포츠 조직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선수, 에이전트, 연맹, 국제기구 등이 얽혀 있는 스포츠 행정은 일반 기업과 다른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합니다.
이 장의 핵심 메시지
이 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좋은 거버넌스는 좋은 규정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포츠 단체를 이끄는 지도자가 법률, 재무, 조직 운영 등 현대 스포츠 행정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고, 이를 지속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즉, 보고서는 '좋은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만큼이나 '좋은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을 거버넌스 개혁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논의한 선거제도나 임기 제한과 달리 법 개정보다는 조직 문화와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제안이라는 점에서 특징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