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분 포든의 퇴장 이후 맨시티는 4-4-1로 전환했다. 이미지: 맨체스터 시티 공식 경기 리포트*
퇴장 전의 맨시티는 평소처럼 공을 소유하며 상대를 밀어내려 했다. 퇴장 뒤에는 목표를 바꿨다. 공식 리포트가 설명한 기본 대형은 4-4-1이었다. 홀란 한 명만 전방에 남기고, 두 줄을 박스 앞에 세웠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수비 숫자를 늘렸다’는 사실이 아니다. 마레스카는 맨유가 좋아하는 전환 공간을 없애는 데 먼저 집중했다. 경기 뒤 그는 10명이 된 뒤에도 뒷공간과 전환 상황을 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맨유 입장에서는 역설이었다. 수적 우위를 얻은 순간, 상대가 앞으로 나올 이유가 사라졌다. 빠른 공격에서 위력을 내던 래시퍼드와 쿠냐, 음뵈모는 정돈된 4-4-1 앞에서 공을 받아야 했다. 달릴 공간은 줄었고, 공격은 자연스럽게 측면과 박스 바깥으로 밀렸다.
맨유의 크로스는 26회였지만 성공은 6회, 성공률은 23%였다. 박스 안 터치 27회가 곧 결정적인 마무리 위치 27회를 뜻하지 않는 이유다. 공은 들어갔지만, 수비가 정렬된 다음이었다.
맨시티는 ‘막는 횟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포든 퇴장, 홀란 득점, 돈나룸마 선방으로 이어진 맨체스터 더비 흐름
*맨시티는 전진 횟수를 포기하고 박스 안 마지막 행동의 성공률을 높였다. 자료: 맨체스터 시티 공식 리포트·StatMuse*
수비 지표
맨유
맨시티
클리어링
15
27
인터셉트
8
9
경합 승리
46
52
공중볼 승리
10
12
골키퍼 선방
1
3
맨시티의 클리어링은 27회였다. 맨유의 15회보다 12회 많다. 공을 예쁘게 되찾아 곧바로 빌드업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선택이었다. 위험 지역에서 한 번 더 걷어내고, 다시 줄을 세우는 쪽이 우선이었다.
센터백 마크 게히와 후벵 디아스가 이 선택의 중심이었다. 두 선수는 전진 압박으로 공을 빼앗으려 하기보다 홀란을 제외한 9명의 간격을 유지하며 박스 안 첫 접촉을 책임졌다. 맨시티 공식 리포트도 게히를 경기의 핵심 선수로 꼽았다.
경합 승리도 맨시티가 52대 46으로 앞섰다. 한 명이 적은 팀이 전체 경합에서 더 많이 이겼다는 건 활동량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에서 싸울지를 좁힌 결과다. 넓은 지역을 모두 지키려 하지 않고, 실점과 직결되는 중앙과 박스 안에 힘을 집중했다.
57개의 롱패스, 그리고 홀란이라는 출구
맨시티의 롱패스는 57회, 맨유는 24회였다. 반대로 파이널 서드 패스는 맨유가 176회, 맨시티는 83회였다. 두 숫자는 경기 계획을 그대로 보여준다.
맨유는 상대 진영에서 패스를 누적했다. 맨시티는 압박을 벗어날 때 중원을 여러 번 거치지 않았다. 길게 보내 홀란이 버티거나, 세메뇨와 후반 투입된 일리만 은디아예가 회수 지점으로 달려갔다.
이 방식은 점유율을 높여주지 않는다. 대신 공을 빼앗긴 뒤 곧바로 다시 박스가 위협받는 상황을 줄여준다. 수비진이 올라올 시간을 벌고, 맨유의 라인을 뒤로 한 번 움직이게 만든다.
60분 결승골도 이 논리에서 나왔다. 요슈코 그바르디올의 굴절된 크로스를 홀란이 좁은 각도에서 마무리했다. 오프사이드 여부를 확인하는 긴 VAR 판독 끝에 득점이 인정됐다. 맨시티가 만든 유일한 빅찬스를 홀란이 골로 바꿨다.
홀란은 이 골로 프리미어리그 시대 맨체스터 더비 최다 득점자(9골)가 됐다. 맨시티 공식 집계 기준으로 11번의 더비에서 9골이다. 수비만 잘해서 얻은 승리가 아니다. 수비 뒤에 한 번을 골로 바꿀 공격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운영이었다.
맨유의 문제는 점유율이 아니라 ‘수비를 움직이는 패스’였다
맨유의 패스 성공률은 87%였다. 파이널 서드 패스도 176회나 됐다. 표면적으로는 공이 잘 돌았다. 하지만 빅찬스가 없었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건 패스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패스를 받은 다음 수비 대형이 바뀌었느냐다. 맨시티의 4-4-1은 중앙 간격을 좁혔고, 맨유는 그 바깥에서 공을 돌렸다. 측면으로 보낸 뒤 바로 박스 안을 찌르기보다 크로스를 선택했고, 중앙에서 수비수 한 명을 끌어낸 뒤 그 뒤를 파고드는 조합도 충분하지 않았다.
후반 22분 벤야민 셰슈코를 투입한 변화도 늦었다. 장신 스트라이커를 넣었다면 크로스의 도착 지점과 세컨드볼 회수 구조가 함께 바뀌어야 했다. 그러나 맨유는 크로스 수만 늘었고, 맨시티가 걷어낸 다음 공을 다시 잡아 같은 장면을 반복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돈나룸마가 음뵈모의 오른발 슈팅을 막았다. 골키퍼의 결정적인 선방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맨시티의 수비가 완벽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67분 넘는 수적 열세 동안 맨유에 허용한 유효슈팅이 세 번이었다는 사실은 우연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10명으로 이긴 팀보다, 11명으로 못 이긴 팀이 더 설명해야 한다
퇴장은 보통 경기를 단순하게 만든다. 한 팀은 내려앉고, 다른 팀은 공격한다. 이번 더비도 겉으로는 그랬다. 그러나 맨시티는 내려앉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했고, 맨유는 공격하는 방법을 끝내 구체화하지 못했다.
맨시티는 공간을 포기할 곳과 지킬 곳을 구분했다. 클리어링 27회와 롱패스 57회를 감수했고, 홀란에게 도착할 한 번을 기다렸다. 맨유는 공과 슈팅을 더 많이 가졌지만, 슈팅당 xG 0.061에 머물렀다.
그래서 이 경기를 가장 정확하게 요약하는 숫자는 55%도, 16회도 아니다. 빅찬스 0대 1. 한 명이 더 많았던 맨유가 오히려 한 번의 확실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수적 우위인데도 빅찬스가 0회였다는 건 단순히 슈팅을 더 만들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상대가 4-4-1로 중앙을 닫은 뒤에는 측면에서 공을 돌리는 것보다 한 명을 끌어낸 뒤 낮은 패스로 박스 안 첫 수비를 움직이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크로스 숫자보다 수비 대형이 실제로 흔들렸는지를 봐야 하는 경기였네요.